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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칼 안드레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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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대구미술관 개인전 포스터 (우) Carl Andre, Equivalent VIII (1966) © Carl Andre/VAGA, New York and DACS, London 2023

대구미술관에서 지금 매우 귀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바로, 칼 안드레 개인전이죠. 일본에서 먼저 진행되고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건데, 칼 안드레가 순회 전시를 아시아권에서 연건 이번이 최초예요. 놓치기 아까운 전시입니다.

 

그런데 사실 ‘칼 안드레’라는 이름이 낯선 분들이 많을 거에요. 미술관에 나란히, 덩그러니 놓인 벽돌 작업이 그의 대표작입니다. 이 작업으로 칼 안드레는 미니멀리즘 사조의 선구자라 불리게 됐어요. 미니멀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의 개성을 지워내고, 작품의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성품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는 특성을 보여요. 칼 안드레는 실제 공장에서 찍어낸 벽돌을 사용했고, 이걸 연속적으로 배치하면서 미니멀리즘의 특징을 가장 잘 계승한 작가로 불립니다.  미국 출신 조각가 중에서는 손꼽히는 인물이기도 하죠.

 

 

칼 안드레의 대표작, 미리 살펴보기

사실 미니멀리즘 사조 자체는 그렇게 임펙트가 크지 않아요. 인상주의나, 야수파 같은 사조들과 비교해도 장르 자체의 파괴력은 작은 편이에요. 대신, 영향력이 큰 장르입니다. 오늘날 현대미술의 거의 모든 장르에 영향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어떤 영향인지 칼 안드레 대표작 통해 살펴보면, 칼 안드레는 벽돌을 나란히 배치해둔 작업들이 대표적이에요. 미술관 바닥에,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그냥 벽돌을 깔아 둡니다. 작품마다 사용하는 벽돌은 조금씩 다른데, 하나의 작품에는 한 가지 벽돌만 써요. 모두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입니다. 

 

Carl Andre, 144 Pieces of Zinc (1967) courtesy Debra Brehmer

재밌는 건, 이 벽돌 작품은 관객이 밟아도 되고, 이 위를 걷거나 눕거나 앉아있어도 괜찮다는 점입니다. 이건 관객이 작품을 통해서 어떤 예술적 사유를 하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하길 바란 칼 안드레의 의도인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벽돌을 미술관의 전시 공간 안으로 가져오면서, 관객이 1차적으로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하고, 2차적으로는 물리적으로 체험하면서 직접 경험하길 바란 것이라고 해요. 이를 통해서 우리의 일상과 예술적 순간 사이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후에 관객체험형 작품의 발판이 됐어요. 관객이 작품과 호흡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의 시초 격이기도 하고요. 

 

Carl Andre, Merrymount (1980)

그리고 이런 작품은 파손시에 교체가 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기성품을 재료로 삼은거기 때문에 큰 상관없죠. 이런 작품 구조, 논리는 오늘날에 우리에게 익숙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이 먹어도 상관없는 작품이 되게 만든 계기가 됐고요. 또 데미안 허스트의 박제 상어 작품도 들 수 있어요. 그 안의 상어가 썩어 문드러질 때 교체할 수 있었던 미술적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니멀리즘은 오늘날 수 많은 개념미술 작품의 미술사적 근거가 되어주는 사조라고 볼 수 있고, 장르 자체의 임팩트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걸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칼 안드레와 살인 사건

© ThoughtCo

칼 안드레는 이전에 아내 살인 혐의로 조사받고 재판까지 받았었어요. 아내는 ‘아나 멘디에타'라고 하는 예술가인데요. 말다툼을 하다 아내인 멘디에타가 34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당시 집에는 둘만 있었기 때문에 이웃집 주민이 증인으로 나왔는데요. 아내가 계속 ‘No’라고 절규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또 안드레의 얼굴에는 손톱자국이 가득했고요. 안드레 본인은 말싸움을 하다가 일어난 일이었다고 항변했어요. 아내가 화가 난 채로 침실로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는데, 그 순간 그녀가 창밖으로 뛰어내렸다고 증언했죠.

 

결국에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안드레에 대한 의심은 거둬지진 않았어요. 이웃집 주민이 들은 아내의 절규, 안드레 얼굴의 손톱자국 등 때문에 여전히 미심쩍게 보는 시각이 있기도 해요. 이 때문에 20년 정도 전시를 진행하지 않다가, 2017년부터 전시 진행했습니다. 물론 당시 반발이 거세긴 했지만, 지금까지 예술가로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미술계는 유독, 영화나 음악이나 무용같은 다른 예술장르보다 윤리적 기준이 낮은 편이라고들 합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면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칼 안드레가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건, 미니멀리즘 사조 자체가 작가의 정체성을 배제한 체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특성 때문이에요. 작가의 개성이 작품에 전혀 드러나지 않죠. 이것마저도 부수적인 요소로 치부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전시를 보러가실 분들도 이런 미니멀리즘 특성 고려해서 전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칼 안드레 개인전, 전시 정보

전시명 | 2023 어미홀프로젝트 《칼 안드레》

전시 기간 | 2023. 9. 26.(화) ~ 2023. 12. 31.(일)  

전시 장소 | 대구미술관 어미홀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40)

티켓 가격 | 성인 기준 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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