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 흔히 '모빌'하면, 천장에 매달아 두는 유아용 인형을 많이 떠올리는데요. 오늘날에는 인테리어 오브제나 소품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엔 다양한 모빌 제품을 시중에서 찾아볼 수도 있는데요, 진짜 모빌의 시작은, 칼더의 '움직이는 조각'에서 비롯되었어요.
칼더는 1930년대, 천장에 매달린 채 흔들리는 조각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조각 작품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이 놀란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째로는 "조각 작품을 받침대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이전까지 조각 작품의 받침대는 마치 회화의 액자처럼 꼭 함께 가는 존재였습니다. 이 받침대는 '좌대'라고 부르는데요. 작품+좌대 조합은 중세시대 작품부터 르네상스, 그리고 최근 현대미술 작품에서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죠.
좌대는 작품을 효과적으로 전시하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이지만, 없애려면 얼마든 없앨 수도 있는 존재였습니다.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은 좌대를 없애려는 시도를 많이 해왔어요.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았습니다. 조각 작품이나 벽에 걸 수 없는 작품, 작은 크기의 미술품을 전시하려면 좌대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죠. 좌대는 관객의 눈높이와 맞추면서도, 각기 다른 전시 공간을 쉽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계속해서 좌대는 사용되었죠.
이런 상황 속, 칼더는 '조각을 천장에 매다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좌대를 없애버립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면 별 거 아닌데? 할 수 있지만, 이전까지 누구도 조각 작품을 공중에 매달 생각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때문에 칼더의 이런 시도는 큰 놀라움을 자아냈죠.
칼더의 작품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조각이 계속 움직이며 변화한다는 점". 칼더의 작품은 단순히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 끝이 아니라,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며 이들이 균형을 잡고, 계속해서 움직이게끔 설계한 걸 볼 수 있어요. 이런 모빌 작업을 미술에선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라 불렀는데요. 이전의 조각이나 그림처럼 멈춰있는 예술작품들과 달리, 시간과 공간에 따라 칼더의 작품은 계속 변화했습니다. 어떤 동력도 없이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움직이는 작품은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이었죠.
모빌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마르셀 뒤샹'이 붙여준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뒤샹은 칼더보다 먼저 움직이는 조각 작업에 매진했었다고 해요. '움직이는 조각'이라는 컨셉을 잡고 이를 '모빌'이라 이름 붙였는데, 칼더가 더 빨리, 더 혁신적인 모빌 작품을 내놓은 것이죠. 그리고 이를 본 뒤샹은 쿨하게 '모빌'이라는 명칭을 칼더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칼더의 작품 중에는 움직이지 않는 조각도 있는데요. 그 이름은 '스테빌'입니다. 이는 동료 조각가였던 장 아프르가 붙여준 이름인데요. 이 일화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지난 수천년 간, 조각 작품의 원형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어요. 이 때문에 칼더의 작품이 혁신적으로 느껴졌던 것이고요. 그런데 이를 움직이는 조각, 모빌 기준으로 다시 이름 붙인 것입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기존 미술 씬의 합의를 새롭게 바꿔버린 것이죠.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를 예술계에 제시한 작가, 알렉산더 칼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사실, 칼더는 공학도였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엔지니어로 일하며 공대생으로서의 평범한 생활을 이어나갔는데요. 그 시간 동안에도 칼더는 내재된 예술가적 본능을 소소하게 표출했다고 해요.
한 때는 서커스에 푹 빠져서, 병뚜껑으로 서커스 인형을 만들기도 했죠. 공학도로서의 면모에 자신의 손재주를 더한 건데요. 이런 예술가적 기질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습니다. 칼더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조각가셨고, 어머니 역시 화가셨죠.
30대가 되고 나서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한 야간학교에서 드로잉 수업을 듣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죠. 칼더의 대표 작업인 모빌의 아이디어 역시 이 시기 만들어졌는데요. 당시 칼더는 주로 '도형을 활용한 추상화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 작업이 알려지며 파리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유명예술가들은 서로 활발한 교류를 합니다. 칼더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날 우연히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했는데, 이때 칼더는 몬드리안 스튜디오의 공간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간 해왔던 도형을 활용한 추상화 작업을 조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였죠.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바로 움직이는 조각, 모빌이었습니다.
그간 조각 작업에 사용되던 재료는 대부분 나무, 돌, 흙같은 무거운 것들이었습니다. 반면 칼더는 조각을 공중에 띄우기 위해 매우 가벼운 재료를 사용하기로 하죠. 추상적인 형태의 도형은 금속과 철사로 제작되어 아주 가벼웠습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전시 공간 천장에 매달 수 있었죠. 또 가벼운 특징 덕에, 관객이 지나다니며 만드는 한 줌의 바람에도 살랑살랑 움직였습니다. 공중에 떠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기도 하는 전에 없던 조각 작품이었죠.
칼더의 모빌 작업은 큰 충격을 자아냈지만, 모빌 작업만 의미있는 건 아닙니다. 그의 모빌이 탄생할 수 있었던 근간은 '드로잉'에 있기 때문이죠. 칼더는 탁한 수채화 물감인 과슈를 애용했습니다. 과슈는 오늘날 포스터 칼라 같은 느낌의 물감으로, 수채화보다는 탁하고 무겁지만, 유화보다는 맑은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서구권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은 재료인데요. 칼더는 생전에 자신의 과슈 작업에 큰 애정을 품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모빌과 스테빌을 통해 칼더의 공학도적 면모를 볼 수 있다면, 과슈 작업에서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더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과슈 작업에서 표현한 추상적 형태가 모빌과 스테빌의 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 만큼, 그의 드로잉은 칼더의 작품 세계를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 알렉산더 칼더 작품 가치 살펴보기
알렉산더 칼더는 이전에 전문적인 예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공학도로 오랜 세월을 보냈고, 다만 부모님을 통해 경험한 예술세계와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을 접했을 뿐이었죠. 하지만 그 누구도 칼더의 예술가적 면모에 대해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학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예술계의 오랜 고정관념과 통념을 깬 움직이는 조각, 좌대가 필요 없는 조각 작품을 내놓았죠. 이는 예술계에 큰 센세이션이었고, 더 나아가 디자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칼더의 조각 작품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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