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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이슈

자꾸 망가지고 비싸지는 미술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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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의 2022년 작품, Hub Series가 호주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모습 © The Artnewspaper

최근 들어 미술 작품이 자꾸 망가집니다. 2주 전에는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제프 쿤스의 작품이 산산조각 났고, 이번 주에는 호주 현대미술관에서 서도호의 작품이 찢어졌죠. 이 작품들은 모두 관람객의 실수로 망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작품에 여러 개 보호장치를 더하면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지만, 최근엔 관객의 생생한 경험을 위해 보호 장치를 최대한 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은 계속 위험을 안고 전시되어야만 할까요? 오늘날엔 이런 위험은 위험이 아닙니다. 최근 일어난 작품 파손 사례를 통해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술에 취해 쓰러진 그곳에 작품이 있었을 때

서도호 작가의 작품 <Hub Series> 내부 모습. 술에 취하면 정말 건물로 착각할 수 있을 수도. © The Rock

지난 2월 27일, 호주 현대미술관에서 서도호 작가의 전시가 폐막했습니다. 작품은 바로 회수되지 않고, 누군가의 사적인 행사를 위해 활용되었습니다. 이 행사에는 블룸버그(Bloomburg)의 직원들이 초대됐습니다. 이들은 예술과 술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죠.

 

그리고 이곳에서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 다섯 점이 전시 중이었습니다. 이중 <Hub Series (2022)> 위로 한 참석자가 쓰러졌습니다. 행사장에서 마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탓이었죠. 작품에 달린 문 두 개는 힘없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DO HO SUH,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2013 © Lehmann Maupin

Hub Series는 서도호의 대규모 설치 작업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작업입니다. 이 설치 작업은 실제 작가가 거주했던 공간을 본떠 만들어졌는데요. 집의 입구부터 현관, 복도, 거실 등 공간을 디테일하게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여러 색깔의 반투명한 천으로 여러 겹 감싸, 신비로운 분위기와 색감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죠.

 

전시 담당자는 ‘작품이 훼손될 경우 대처 매뉴얼이 있다. 모든 미술관이 그럴 것'이라는 답변만을 남겼습니다. 전시기간 종료 후, 사적인 행사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미술계 관계자들은 2주 전 있었던 제프 쿤스의 ‘풍선 개' 파손 사건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번 서도호 작품 파손과 달리, 많은 이가 오가는 아트페어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죠.

 

 

100개 넘는 조각으로 박살 난 제프 쿤스의 '풍선 개'

산산조각 난 제프 쿤스의 풍선 개 작품, 전후 모습  © The Artnewspaper

2주 전,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Balloon Dog>이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부서졌습니다. 작품은 여러 사람이 오가는 아트페어에서 어떤 고정장치도 없이 놓여 있었는데요. 작품이 진짜 풍선인지 궁금해하던 한 여성이 작품을 톡톡 두드려보다,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작품은 100개 넘는 조각으로 부서졌죠. 여성은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 작품을 후원한 Bel-Air Fine Art의 예술 고문은 ‘조각품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여성이 피해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에겐 다행이었지만 제프 쿤스의 작품 하나는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역설적으로 더 커졌죠.

 

대형 풍선 개 작품 위의 제프 쿤스 © Artsper

제프 쿤스의 풍선 개 작품은 수천 점이 있는 에디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에디션 중 한 점이 박살 나며 훼손되어, 그 희소성도 한 단계 높아지게 되었죠. 게다가 이번 훼손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벌어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그 유명세 역시 한 단계 높아지게 되었죠.

 

🫧 서도호 작품 정보

연간 작품 판매량 경매 낙찰률 작품 평균 가격 최고 낙찰 가격
4점 86.6% 5천만 원 10억 7천만 원

🫧 제프 쿤스 작품 정보

연간 작품 판매량 경매 낙찰률 작품 평균 가격 최고 낙찰 가격
55점 84.7% 4억 3천만 원 1,185억 원

자료 출처: Artsy, 최근 36개월 기준(2022)

 

 

미술품 훼손이 작품 가치 상승에 도움 된다고?

(좌)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우) 작품을 먹어치운 데이비드 다투나의 모습

놀랍게도 미술품은 망가지면 가치가 더 높아집니다. 그 자체로 작품의 히스토리가 더해지고, 사건이 보도되며 인지도가 상승하기 때문이죠. 제프 쿤스의 작품처럼, 에디션 제품이라면 에디션 전체의 가치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진행 중인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경우, 본인의 작품 <코미디언>이 크게 훼손당한 적 있었습니다. <코미디언>은 바나나를 벽에 덕테이프로 붙인 작품입니다. 전시될 때마다 바나나는 교체되며, 바나나의 숙성도와 덕테이프의 각도 등이 규정되어 전시되죠. 이 작품은 2019년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에 의해 훼손됐습니다.

 

이후 많은 패러디를 낳은 <코미디언>

다투나는 작품의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12만 달러짜리 맛이 난다'라고 말했죠. <코미디언>의 가격이 12만 달러였던 것을 언급한 건데요. 이는 작품의 주인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물론, 작품을 판매하기로 한 갤러리와도 협의되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카텔란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 스캔들이 자신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줄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사건 이후 카텔란의 작품 가격은 약 20% 올랐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의 히스토리가 하나 더해졌고, 공개적인 장소, 그것도 미술계 가장 큰 행사인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사건이 벌어졌으며, 널리 보도된 덕분입니다. 카텔란은 이전에 “스캔들이 만연한 세상에서 내 작품이 스캔들이라 느낀다면, 당신은 현실 감각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작품 파손, 훼손이 작품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는 오늘날의 모습을 보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합니다.

 

✍🏻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카텔란 이전에 현대미술씬의 악동이라 불린 제프 쿤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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