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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이슈

미키 마우스 저작권 만료? 막 쓰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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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mboat Willie (1928) © Public Domain

 

매년 1월 1일이 되면, 수천 개의 미국 작품의 저작권이 풀립니다. 미국에서는 저작권 만료 기간을 95년으로 정해두었어요. 그 기간이 지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개 도메인으로 전환되죠. 때문에 매년 연말이 되면, 어떤 작품이 풀릴지 주목받곤 합니다. 음악, 영화, 소설, 미술 작품 등 다양한 장르 모두 동일해요. 

 

올해는 1928년 등록된 저작권이 만료되어 풀리는 해입니다. 다양한 작품 중 가장 주목받은 건, 단연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 만료 소식이었어요. 저작권이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한 디즈니이다 보니,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가 풀렸다는 건 빅뉴스 였습니다.

 

 

이게 화제가 된 이유

© Disney

 

무인도에 갇혔을 때, 가장 빨리 탈출하는 방법은 모래사장에 SOS가 아닌, 미키 마우스를 그리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디즈니가 저작권료를 청구하기 위해 찾아온다는 것이죠. 이건 단순 농담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전에 디즈니는 플로리다의 한 어린이집에 그려진 미니 마우스 벽화를 지우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죠.

 

이보다 잔인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2006년,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의 묘비에 부모님은 아이가 살아있을 때 좋아하던 곰돌이 푸를 새겨 넣어 줬는데요. 이를 발견한 디즈니 측에서, 저작권 침해라 주장한 적이 있었어요. 

 

또 2020년에는 허가 없이 <라이온 킹>을 상영한 초등학교에 250달러를 청구한 적도 있습니다. 이때는 대중의 성화가 심하게 일어, 디즈니 CEO가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었어요. 

 

© Wired

 

이게 다가 아닙니다. 올해 미키 마우스 저작권이 풀린 건, 디즈니가 한번 그 기간을 연장하며 늦춘 거예요. 원래 미국의 저작권 법은 56년 간만 저작물을 보호하게 되어있는데요, 디즈니의 로비로 '저작권 기간 연장법'이 1998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조롱 섞어 이 법을 '미키 마우스 보호법'이라 부르기도 해요. 

 

그간 피도 눈물도 없이 저작권을 지켜온 디즈니의 핵심 캐릭터,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은 연장 끝에 2024년. 마침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그렇다면, 미키 마우스 자유롭게 써도 되나요?

우선, 모든 미키 마우스를 다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걸 꼭 알아둬야 해요. 저작권이 풀린 건, 1928년 작품 <증기선 윌리>만 해당됩니다. 이 영화에는 미키 마우스의 초기 버전 캐릭터가 등장해요. 디즈니의 미키는 시간이 흐르며 점점 업데이트 됐어요. 업데이트될 때마다 새롭게 저작권 등록이 진행됐고요. 때문에 이후 만들어진 미키 마우스는 여전히 디즈니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증기선 윌리 Feat. 미키 마우스 1.0

Steamboat Willie (1928) © Public Domain

 

이번에 저작권이 풀린 <증기선 윌리>는 1928년 개봉한 8분짜리 영화예요.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미키 마우스가 등장해 증기선을 몰아요. 초기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어떤 극적인 스토리는 없습니다. 캐릭터들이 서로 장난치고, 골탕 먹이고, 좌충우돌 사고가 벌어지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이 애니메이션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여기엔 클래식, 오리지널 버전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가 등장해요. 이 캐릭터들은 미키 마우스 1.0 버전이라 불립니다. 이때의 미키 마우스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눈에 흰자가 없고, 꼬리가 오늘날 미키보다 좀 더 깁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미키와 달리 장갑도 끼고 있지 않아요. 그럼에도 누가 봐도 디즈니의 미키인 걸 알 수 있죠.  

 

또 <증기선 윌리>는 디즈니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유성 버전과 무성 버전이 있는데요. 유성 버전 <증기선 윌리>는 디즈니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래서 매우 의미가 커요. 주의할 점은, 이번에 풀린 건 무성 버전이라는 거예요. 유성 버전은 내년에 풀린답니다.

 

 

저작권 만료로 가능해진 것들

이제 <증기선 윌리> 무성 버전 애니메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이 작품을 그대로 개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거나, 각색하거나, 리믹스하는 등 모든 종류의 리메이크가 가능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을 만들어도 되고, 굿즈 같은 2차 저작물을 만들어서 판매해도 돼요. 실제로 디즈니는 몇 년 전에 유튜브를 통해 <증기선 윌리>를 업로드해두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다양한 창작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요. 

 

(좌) Winnie the Pooh (1926) © Public Domain (우) Winnie the Pooh_Blood and Honey © ITN Studios and Jagged Edge Productions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2년 전 풀린 곰돌이 푸 저작권이죠. 1926년 발간된 동화책 <Winnie the Pooh>의 저작권이 만료되면서, 다양한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곰돌이 푸: 피와 꿀> 슬래셔 영화가 있어요. 이 영화를 보면, 곰돌이 푸가 굉장히 사실적이고 또 무섭게 묘사된 걸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주목할 건 곰돌이 푸의 티셔츠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곰돌이 푸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모습인데요. 1962년 발간된 동화책에서는 티셔츠를 입지 않고 있어요. 때문에 이 특징을 지켜, 영화에서는 티셔츠를 입지 않은 푸가 등장합니다. <증기선 윌리> 캐릭터도 오늘날 미키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2차 창작물이 나올 것으로 보여요. 

 

Sleight of Hand Productions (2024) © Andrew L. Kern

 

지난 1월 1일에는 이미 <증기선 윌리>의 호러 버전 영화가 공개되기도 했고, 3월에는 <미키 마우스 트랩>이라는 또 다른 공포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키 마우스 1.0, 그냥 쓰면 안 됩니다

© Duke Law

 

크게 세 가지,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어요. 첫째로는, 오늘날의 미키 이미지를 절대 사용해선 안된다는 점입니다. 디즈니가 시기별로 캐릭터를 계속 리뉴얼하며 특징을 하나씩 추가했어요. 업데이트된 특징은 순차적으로 저작권 등록을 했기에, 아직 디즈니의 보호를 받는 중입니다. <증기선 윌리>의 캐릭터와, 이후 점점 달라진 미키 마우스 캐릭터 간 특징을 잘 확인해야 해요.

 

둘째로는 나라별로 다른 저작권 법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95년의 기간을 두고 있지만, 이게 해당되지 않는 나라의 경우엔 <증기선 윌리>를 활용할 수 없어요. 일례로 EU나 독일처럼 특별한 규정이 있는 나라에서는 각 나라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 후 사용을 권고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출처 표기입니다. 만약 미국과 동일한 저작권법이 적용돼 사용할 수 있더라도, 디즈니가 제작했거나 후원했다고 착각할만하게 출처를 표기하면 안 됩니다. 저작권과 상표권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상표권은 자동으로 만료되지 않기 때문에, <증기선 윌리> 활용 시에 디즈니 로고를 넣으면 절대 안 돼요.

 

 

예술작품 속 미키 마우스들

Andy Warhol, MICKEY MOUSE (SEE F. & S. IIB.265) (1981) © Sotheby's

예술가가 대중문화 캐릭터를 작품에 그려 넣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앤디 워홀은 아예 미키 마우스를 작품에 대놓고 그린 적이 있어요. 1981년 만든 <MICKEY MOUSE>는 앤디 워홀의 대표 기법인 실크 스크린으로 초기 미키 마우스를 그려낸 바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앤디 워홀 작품 중 <신화> 시리즈 작품이에요. 미키뿐만 아니라 슈퍼맨, 드라큘라, 산타 클로스 같은 캐릭터를 그려 넣었고, 대중적인 캐릭터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서 신화화한 작품입니다. 가격은 4-50억 가량 된다고 해요.

 

(좌) Damien Hirst, Mickey (2012) © Damieh Hirst (우) 데미안 허스트와 콜라보해 나온 Swatch 시계 © Swatch

 

 

데미안 허스트는 2012년에 미키 마우스가 연상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이때는 디즈니와 협업해 제작했습니다. 12개의 점을 활용해서, 미키를 아주 단순하게 그린 작업인데요. 이 작업은 이번 미키 저작권과 함께 보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는 시간이 흐르며, 모양도 바뀌고 디테일이 더해졌습니다. 과거의 미키와 오늘날의 미키 모습은 많이 다르죠. 데미안 허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키가 갖는 상징성이 매우 강력하고 명확하다고 봤어요. 그렇게 12개의 점만으로도 미키를 그려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이 작품은 2014년에 15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답니다.

 

The Famous Mouse Token, MSCHF (2021) © MSCHF

 

미스치프는 2021년에 미키 마우스 저작권 만료날을 디데이로 두고, 풀린 후 사용할 수 있는 미키 마우스 토큰을 발행하기도 했어요. 이 토큰을 구매한 사람은 2024년 1월 1일에 토큰 뒷면에 적힌 문구를 미스치프 웹사이트에 입력하면, <증기선 윌리> 속 미키 마우스 이미지를 활용해 미스치프가 제작한 작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해요.

 

작품이 만들어진 2021년 당시에는 저작권법 침해로 고소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미키 마우스 토큰이 아닌 'Famous Mouse' 토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며 저작권법을 교묘하게 피해 갔어요. 작품 제작도 2024년 1분기에 시작해서 3분기에 배송하는 시스템이라, 저작권법을 상당히 잘 이용한 재치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습니다. 

 

The Famous Mouse Token, MSCHF (2021) © MSCHF

 

이번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저작권 만료로, 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질 것으로 예상돼요.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더 풍성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2024년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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